세무사 난이도에 맞춰 공부 시간을 나누는 방법

11년째 자격시험을 가르치면서 자주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1차 합격 뒤에도 모든 과목의 기본서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수험생입니다. 성실한데 점수는 잘 안 오릅니다. 세무사 난이도는 공부량만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과락이 어디서 나는지 보고, 시간을 덜 쓸 부분부터 정해야 합니다.
합격률보다 과락률을 먼저 봐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제62회 시험 채점 통계를 보면, 2025년 2차에는 6,943명이 응시해 728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10.48%입니다. 2024년 제61회는 5,437명 중 715명이 합격해 13.15%였습니다. 합격자 수는 비슷한데 응시자가 늘면서 합격률이 내려갔습니다. 다만 2차 응시자에는 그해 1차 합격자뿐 아니라 전년도 1차 합격자와 면제자도 포함됩니다. 이 숫자를 ‘올해 1차에 붙으면 2차 합격 확률이 10%’라는 뜻으로 읽으면 안 됩니다.
과목별 숫자가 공부 계획에는 더 쓸모 있습니다. 2025년 2차 과락률은 세법학 1부 65.62%, 회계학 2부 65.46%, 세법학 2부 54.16%, 회계학 1부 48.31%였습니다. 과락은 40점 미만을 뜻합니다. 그런데 2024년에는 회계학 2부 과락률이 78.68%였고 세법학 1부는 40.63%였습니다. 해마다 위험 과목이 바뀝니다. 작년에 쉬웠던 과목이라고 올해 공부 시간을 줄이는 식의 계획은 위험합니다.
2차는 네 과목 모두 100점 만점이고, 한 과목이라도 40점에 못 미치면 평균이 높아도 합격할 수 없습니다. 먼저 네 과목의 과락선을 넘길 실력을 만들고, 그다음 평균 점수를 올리는 순서가 맞습니다. 2026년 최소합격인원은 국세청 발표 기준 700명입니다. 최소합격인원 제도가 있다고 해서 40점 미만 과목까지 구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1차는 네 과목의 점수 조합을 짜야 한다
1차는 재정학, 세법학개론, 회계학개론, 선택법 과목으로 치릅니다. 선택법은 상법 회사편·민법 총칙·행정소송법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영어는 공인어학성적으로 대체하므로 점수 요건과 제출 절차를 공부 계획과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영어를 뒤늦게 챙기느라 원서접수 단계에서 막히는 일은 피해야죠.
영어를 제외한 1차 합격 기준은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입니다. 네 과목이 각각 55점, 65점, 70점, 50점이면 평균 60점으로 기준을 충족합니다. 반면 80점, 80점, 75점, 35점이면 평균은 훨씬 높아도 35점 과목 때문에 탈락합니다. 강의실에서 점수표를 볼 때 제가 먼저 찾는 숫자가 최고점이 아니라 최저점인 이유입니다.
공부 시간을 네 과목에 똑같이 나누지 마세요. 최근 기출을 시간에 맞춰 한 회 풀고 과목별 점수를 적습니다. 40점 아래인 과목에는 먼저 시간을 붙여 과락을 벗어나고, 50점대 과목은 자주 나오는 유형의 실수를 줄입니다. 이미 안정적으로 70점대가 나오는 과목에서 희귀한 논점 하나를 더 외우는 시간은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단, 회계학개론과 세법학개론의 기본 계산·개념을 통째로 버리면 2차 준비에서도 같은 빈틈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2차에서는 어려운 문제를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2차 과목은 회계학 1부·2부와 세법학 1부·2부입니다. 여기서 ‘안 본다’는 말은 과목 하나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기출에서 반복되는 기본 논점과 계산 절차를 먼저 확보하고, 출제 빈도가 낮은 세부 쟁점은 뒤로 미루자는 뜻입니다. 2025년에는 세법학 1부와 회계학 2부 응시자의 약 3분의 2가 과락했습니다. 어려운 문제 한 개를 붙잡다가 풀 수 있는 문제의 답안까지 비워 두면 손실이 큽니다.
회계학은 문제를 읽고 바로 계산을 시작하지 말고, 요구사항별로 받을 수 있는 점수를 가늠해야 합니다. 연습 때부터 한 문제에 쓸 최대 시간을 정하고 넘기면 다음 문제로 이동하세요. 세법학은 조문을 길게 암송하는 연습만으로 부족합니다. 기출 쟁점마다 ‘요건, 사안에 적용, 판단’ 순서로 짧은 답안을 써야 제한 시간 안에 점수를 남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쓰려다 빈칸을 만드는 것보다, 아는 근거를 정확히 적는 편이 낫습니다.
제 수업에서는 주간 학습표를 만들 때 ‘이번 주에 읽을 페이지’보다 ‘이번 주에 풀 기출과 다시 쓸 답안’을 먼저 적게 합니다. 예를 들어 회계학 2부에서 시간 부족이 반복된다면 새 강의를 추가하기 전에 기출 한 세트를 제한 시간에 풀고, 건너뛴 문제와 계산 실수를 구분합니다. 모르는 내용이 문제인지, 아는 내용도 시간 안에 못 푸는지가 갈려야 다음 주 시간을 제대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응시 자격과 시험 날짜는 먼저 확인한다
세무사 시험은 전공이나 관련 실무경력이 있어야만 일반 응시가 가능한 시험이 아닙니다. 다만 세무사법상 결격사유가 있거나 응시자격 정지 대상이라면 응시·합격에 제한이 생깁니다. 경력에 따른 시험 면제를 생각한다면 일반 응시와 기준이 다르므로 해당 연도의 서류와 경력 산정 기준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6년 시행계획은 응시자격 제한사유와 면제심사 경력 산정 기준이 수정됐습니다. 예전 공고문만 보고 판단하면 곤란합니다.
2026년 제63회는 1차 시험이 4월 25일, 2차 시험이 7월 18일에 시행됐습니다. 2차 합격자 발표 예정일은 10월 28일입니다. 지금 2027년 시험을 준비한다면 2026년 날짜를 다음 회차 일정처럼 달력에 옮겨 적지 마세요. 다음 시행계획이 나오면 큐넷에서 접수기간, 영어성적 인정 기준, 면제 서류 제출기간을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세무사 난이도를 막연히 ‘아주 어렵다’고만 생각하면 공부 범위가 계속 넓어집니다. 실제 점수표에서는 40점 밑으로 떨어지는 과목, 시간 안에 못 끝내는 문제, 반복해서 틀리는 논점이 보입니다. 저는 그 세 가지에 시간을 먼저 쓰는 수험생이 두꺼운 기본서를 한 번 더 읽는 수험생보다 합격에 가까워진다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