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독학은 버릴 문제부터 정하면 빨라진다

11년 동안 수험생을 가르치면서 독학이 길어지는 사람에게서 자주 본 장면이 있습니다. 첫 주부터 문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단어장도 여러 권 펼쳐 놓습니다. 그런데 정작 75분 안에 RC 100문항을 풀어 본 적은 없습니다. 토익 독학은 공부량을 늘리기 전에 현재 점수와 목표 점수 사이에서 무엇을 먼저 고칠지 정해야 합니다.
첫날에는 실력보다 시간 손실을 확인한다
ETS와 한국TOEIC위원회가 안내하는 토익 L&R은 LC 100문항 45분, RC 100문항 75분입니다. LC는 들려주는 속도를 따라가야 하고, RC는 시간을 직접 나눠 써야 합니다. 특히 RC는 Part 5가 30문항, Part 6이 16문항, Part 7이 54문항입니다. 문법 문제를 오래 붙잡으면 독해에 쓸 시간이 그대로 줄어듭니다.
공부를 시작하는 날 실전 모의고사 한 회를 시간에 맞춰 풀어 보세요. 채점할 때는 틀린 개수만 적지 말고 ‘몰라서 틀림’, ‘알았지만 시간 부족’, ‘근거를 잘못 찾음’으로 표시합니다. Part 7 마지막 15문항을 손도 못 댔다면 어려운 문법을 더 외우는 것보다 RC 속도를 고치는 일이 급합니다. 반대로 독해 시간이 남는데 Part 5에서 품사 문제를 계속 틀린다면 문법 기본기를 먼저 채워야 합니다.
토익은 한 문제에 무조건 5점씩 더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한국TOEIC위원회도 정답 수를 환산해 점수를 산출한다고 안내합니다. 그래서 ‘몇 개만 더 맞히면 정확히 몇 점’이라는 계산표보다, 같은 조건의 모의고사에서 파트별 오답과 미풀이 문항이 줄었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목표 점수에 따라 버릴 범위가 달라진다
600점대가 필요한 사람과 850점 이상을 노리는 사람에게 같은 교재 순서를 권할 수는 없습니다. 아래 기준은 공식 점수 환산표가 아니라 공부 시간을 배분하기 위한 제 수업 기준입니다. 실제 우선순위는 첫 모의고사 결과로 조정해야 합니다.
- 목표가 600점대이고 기본 문장 구조가 흔들린다면, Part 5의 품사·동사 형태·전치사와 LC Part 2의 질문 의도를 먼저 잡습니다. 드문 문법 예외와 고난도 어휘 암기는 뒤로 미룹니다.
- 목표가 700점대라면 Part 7에서 끝까지 풀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Part 5를 풀 때 한 문제에 오래 매달리는 습관을 끊고, LC Part 3·4에서는 질문을 먼저 읽어 들을 정보를 정합니다.
- 목표가 850점 이상이라면 이미 쉬운 문제를 대체로 맞힌다는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복수 지문의 정보 연결, 문맥에 맞는 어휘, LC에서 놓친 세부 정보를 오답 기록으로 추적합니다. 기본서 전체를 반복하는 시간은 줄입니다.
솔직히 가장 비효율적인 공부는 목표 점수와 관계없이 모든 파트를 같은 비중으로 도는 겁니다. 하루 2시간이라면 취약 파트에 70분, 그 파트의 오답 확인에 30분, 나머지 파트 감 유지에 20분처럼 비중을 기울여야 합니다. 취약 파트는 감으로 고르지 말고 최근 두 회의 기록으로 고릅니다.
LC는 받아쓰기보다 놓친 이유를 찾는다
LC 독학에서 한 세트를 통째로 여러 번 듣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익숙해지는 효과는 있지만 왜 틀렸는지 남지 않으면 다음 시험에서 같은 지점을 놓칩니다. 틀린 문항은 먼저 다시 듣고, 질문을 잘못 이해했는지, 답이 나온 구간을 못 들었는지, 들었는데 선택지 표현과 연결하지 못했는지 나눕니다.
예를 들어 Part 2에서 ‘언제’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시간 표현이 없는 답을 무조건 지웠다면, 간접 답변에 약한 겁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긴 대화 받아쓰기가 아니라 질문과 답변의 관계를 짧게 반복하는 연습입니다. Part 3·4에서 세 문제 중 첫 문제만 맞힌다면 듣기 전 질문과 선택지를 읽는 속도도 확인해야 합니다.
모르는 표현은 한 문장째 기록하되, 이미 아는 문장을 계속 필사하지는 않습니다. 20분 동안 틀린 문항 5개를 정확히 복기하는 편이 40분 동안 한 회분을 흘려듣는 것보다 다음 공부 방향을 뚜렷하게 보여 줍니다. 그날 들은 문장을 다시 재생했을 때 정답 근거가 들리는지까지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RC는 문법 공부 시간과 풀이 시간을 분리한다
RC에서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Part 5를 공부할 때와 시험처럼 풀 때를 구분해야 합니다. 공부할 때는 왜 그 품사가 들어가는지 따져야 하지만, 실전에서는 오래 고민해도 근거가 안 보이는 문항을 넘길 줄 알아야 합니다. 연습 기준으로 Part 5에 10~12분, Part 6에 8~10분을 배정하고 나머지를 Part 7에 써 봅니다. 정답률이 크게 떨어진다면 시간을 억지로 줄이지 말고 어느 유형에서 멈추는지부터 기록합니다.
Part 7은 지문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번역하려다 시간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에서 이름·날짜·요청 사항처럼 찾아야 할 정보를 확인하고, 지문에서 그 근거를 찾으세요. 다만 추론 문제는 단어 하나만 보고 고르면 틀리기 쉽습니다. 앞뒤 문맥이 선택지를 뒷받침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오답 노트도 두껍게 만들 필요 없습니다. ‘품사를 몰랐다’, ‘동의어를 연결하지 못했다’, ‘두 지문의 날짜를 혼동했다’처럼 틀린 이유를 한 줄로 남기고, 같은 이유가 세 번 나오면 그때 관련 개념을 다시 공부합니다. 모든 오답 해설을 베껴 쓰는 일은 공부한 느낌은 주지만 풀이 시간을 줄여 주지는 않습니다.
시험 전 2주는 새 범위를 늘리지 않는다
시험이 가까워지면 새 단어장이나 모의고사 책을 추가하고 싶어집니다. 저는 이 시기에 새 자료보다 이미 풀어 본 기록을 권합니다. 주 1~2회는 120분을 끊지 않고 풀고, 나머지 날에는 반복해서 틀린 유형만 짧게 연습합니다. 모의고사에서 RC 마지막 문항까지 갔는지, LC에서 집중이 끊기는 구간이 줄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첫 시험 점수가 예상보다 낮아도 한 회의 결과만으로 공부법 전체를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모자라 비운 문항이 계속 같다면 다음 시험 전까지 바꿔야 할 행동은 분명합니다. 토익 독학은 책을 몇 권 끝냈는지보다, 내 점수를 막는 문제를 찾아 그 문제에 시간을 더 주는 쪽이 빠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