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 합격률을 보고 공부 시간을 나누는 방법

강의실에서 합격률을 보여주면 꼭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열 명 중 두 명도 못 붙는데 제가 될까요?” 그런데 숫자 하나만 보고 공부량을 늘리면 대개 엉뚱한 곳에 시간을 씁니다. 1차와 2차는 응시자 집단도, 점수가 갈리는 방식도 다릅니다. 변리사 합격률은 겁을 먹기 위한 숫자가 아니라 시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자료로 봐야 합니다.
1차와 2차 합격률은 따로 읽어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2026년 제63회 채점 통계에서 1차는 3,697명이 응시해 632명이 합격했습니다. 합격률은 17.09%, 합격선은 평균 80점입니다. 2025년 제62회는 3,541명 중 661명이 합격해 18.66%였고, 합격선은 79.16점이었습니다. 응시자는 늘었는데 합격자는 줄었고, 합격선은 올랐습니다. 1차 준비생이라면 ‘평균 60점만 넘기자’는 계획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2026년 2차는 1,130명 응시, 202명 합격으로 합격률이 17.87%였습니다. 2025년의 1,138명 중 201명, 17.66%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2차 합격선은 필수과목 평균 53점에서 56.44점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17%대라도 답안에 요구된 점수 수준은 달라진 셈입니다.
여기서 1차 17.09%와 2차 17.87%를 곱해 ‘처음 시작한 사람의 최종 합격 확률’이라고 말하면 틀립니다. 그해 2차 응시자에는 전년도 1차 합격으로 응시 자격을 얻은 사람도 포함됩니다. 두 합격률의 분모가 같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수험 계획에는 각 단계에서 무엇을 통과해야 하는지 따로 적는 편이 정확합니다.
1차는 과락을 막은 뒤 80점대 점수를 만든다
1차 과목은 산업재산권법, 민법개론, 자연과학개론이며 영어는 공인어학성적으로 대체됩니다. 지식재산처가 안내한 기준은 각 과목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받은 사람 가운데 고득점자 순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40점과 60점은 출발선입니다. 2026년 실제 합격선인 80점을 목표 점수와 비교해야 합니다.
2026년 과목별 과락률을 보면 산업재산권법 35.78%, 민법개론 31.02%, 자연과학개론 26.52%입니다. 전년에는 각각 31.99%, 24.97%, 30.28%였습니다. 올해는 자연과학보다 산업재산권법과 민법에서 40점 미만을 받은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과목 난도가 해마다 움직인다는 뜻이니, 작년 수험생의 시간표를 그대로 베끼면 곤란합니다.
저라면 최근 기출을 제한 시간 안에 먼저 풀게 합니다. 산업재산권법이 40점대라면 세부 판례를 끝없이 추가하기 전에 특허법·상표법·디자인보호법의 반복 출제 조문과 기본 쟁점을 다시 맞힐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민법도 생소한 예외를 넓히기보다 자주 나오는 법률행위, 물권, 채권의 오답부터 고칩니다. 자연과학은 네 분야를 모두 깊게 파는 계획보다 본인이 안정적으로 맞히는 분야를 확보하고, 약한 분야에서 과락을 피할 문제를 정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예를 들어 모의고사가 산업재산권법 52점, 민법 78점, 자연과학 61점이라면 평균은 약 63.7점입니다. 민법에 5점을 더하는 것보다 산업재산권법의 반복 오답을 줄여 15점을 올리는 일이 급합니다. 반대로 세 과목이 모두 70점 안팎이면 과락 대비만 반복할 때가 아닙니다. 합격선까지 필요한 점수를 계산해 정확도와 풀이 속도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 숫자는 공부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예시이지, 다음 회차 합격선을 예측한 값은 아닙니다.
2차는 선택과목 통과와 필수과목 점수를 분리한다
2차는 특허법·상표법·민사소송법 세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한 개를 논술형으로 치릅니다. 선택과목은 50점 이상을 받아야 하고, 필수과목은 각 40점 이상이 필요합니다. 필수과목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이 최소합격인원에 못 미치면 기준을 충족한 사람 중 필수과목 평균이 높은 순서로 선발합니다. 2026년 합격선 56.44점은 이런 선발 방식에서 나온 실제 결과입니다.
선택과목을 50점 넘긴 뒤에도 높은 점수를 만들겠다며 시간을 계속 쏟는 수험생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택과목 점수는 필수과목 평균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먼저 안정적인 통과 수준을 만들고, 남는 시간은 필수과목 답안에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안정적’이라는 말도 막연해서는 안 됩니다. 기출과 모의 답안에서 50점 부근을 오간다면 아직 시간을 줄일 단계가 아닙니다.
2026년 2차 채점 결과에서는 특허법 과락률이 33.00%였고, 민사소송법은 13.99%였습니다. 전년 민사소송법 과락률은 35.06%였습니다. 한 해 사이 취약 과목의 위치가 바뀐 겁니다. 따라서 특정 과목이 늘 쉽다는 전제로 공부 시간을 고정하지 마세요. 답안을 써 보고 과목별로 쟁점 누락, 목차 구성, 시간 부족 중 무엇 때문에 점수가 깎이는지 나눠야 합니다. 특허법에서 쟁점을 자주 빠뜨린다면 최신 자료를 더 모으기 전에 기출 한 문제를 시간 안에 끝까지 쓰는 훈련이 먼저입니다.
시작하기 전에 응시 조건과 시험 흐름을 확인한다
변리사는 특정 전공 학위가 있어야만 응시하는 시험은 아닙니다. 다만 지식재산처 안내에 따르면 최종 합격자 발표일 기준으로 변리사법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합격에서 제외됩니다. 영어 대체 성적의 인정 기준과 제출 절차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성적을 준비하지 않은 채 1차 공부만 진행하면 지식과 관계없이 응시 계획이 막힐 수 있습니다. 결격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접수 전에 본인 상황을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2026년 제63회는 1차가 2월 28일, 2차가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치러졌고 최종 합격자는 10월 28일 발표됐습니다. 다음 회차 일정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당 연도 시행계획을 기준으로 잡아야 합니다. 1차 직후부터 2차까지 주어진 기간만 보고 논술 답안 작성을 처음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빠듯합니다. 1차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2차 필수과목의 기본 구조와 답안 형식은 익혀 두는 편을 권합니다.
제가 수험생에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은 공부할 자료를 더 사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 기출에서 반복해 틀린 문제와 실제 답안에서 비워 둔 쟁점을 표시하는 일입니다. 1차는 과락 위험을 없애면서 합격선에 닿을 점수를 만들고, 2차는 선택과목 통과를 확인한 뒤 필수과목 답안에 시간을 써야 합니다. 변리사 합격률이 매년 10%대라는 사실보다, 내 점수가 어느 단계에서 막히는지 아는 쪽이 다음 한 주의 공부를 더 정확하게 바꿉니다.
